[인터뷰]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 "한·베는 한 배입니다"
[인터뷰]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 "한·베는 한 배입니다"
  • 이희용
  • 승인 2019.11.09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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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우리와 언어 소통 잘되고 상생 가능성 많은 나라"
'K-뷰티 강남' 비전 발표…서울에 베트남 교육문화원 개설 추진

[인터뷰]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 "한·베는 한 배입니다"

"베트남은 우리와 언어 소통 잘되고 상생 가능성 많은 나라"

'K-뷰티 강남' 비전 발표…서울에 베트남 교육문화원 개설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이 창립 1주년을 앞두고 8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한국과 베트남, 즉 한·베는 한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베콘텐츠협회는 창립 캐치프레이즈도 '한베는 한 배다. 우리는 한 배다'(We are in the same boat)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베콘텐츠협회 창립 세미나에서 전충헌(59) 회장은 두 나라가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하며 양국의 상생 협력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창립 1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8일 서울 강남대로의 집무실에서 전 회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성과를 묻자 "처음에 세운 계획의 70%쯤 달성한 것 같다"며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저희 목표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분야별 기업과 전문가들의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시장과 정보의 흐름을 공유하며 기술·인재·비즈니스 교류 활성화에 힘쓰는 역할이죠.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지 말고 길게 내다보며 인재를 끌어들이고 조직 역량을 갖춰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베콘텐츠협회 창립 세미나에서 전충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베콘텐츠협회 제공]

한베콘텐츠협회의 사업 영역은 콘텐츠 스타트업 육성, 문화교류 페스티벌 개최,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다양하다. 국내 베트남 전문가·관계자와 재한 베트남 교민 등이 모여 네트워크를 다지는 '신짜오! 베트남 정기모임'을 매달 열고 있으며, 8월에는 '베트남 이주민가족 힐링 콘서트'도 마련했다.

5일에는 'K-뷰티 한베콘텐츠 강남' 비전 발표회를 열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성형외과·피부과·치과의원을 운영하는 한베콘텐츠협회 회원사들이 사업 계획과 함께 베트남 교민과의 상생 방안을 설명했다. 7일부터는 K-뷰티 체험을 위한 실행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유독 베트남 여성들의 열망이 뜨거운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미인대회가 연간 6회 이상 열릴 정도죠. 특히 한류 여파로 K-뷰티에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서울 강남은 베트남 여성들의 로망이죠. 연관 산업이 폭넓고 부가가치도 높아 전망이 밝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수익 환원을 해서 사회공헌도 할 겁니다."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이 8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크우드호텔 지하 1층 애트민홀에서 '베트남 이주민가족 힐링 콘서트'를 개최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베콘텐츠협회 제공]

K-뷰티와 함께 전 회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한베콘텐츠협회는 주한 베트남대사관과 함께 서울 강남에 베트남 교육문화원을 개설할 계획이다. 베트남 교민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고향 소식도 주고받는 사랑방으로 꾸밀 생각이다. 여기에 베트남 커피전문점 콩카페와 아오자이 패션숍이 들어서면 한국인에게 베트남 문화를 알리는 창구 구실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베트남 한류의 새로운 중심은 교육입니다.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젊은이가 한국어 학원의 문을 두드리거나 한국 유학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을 잘 관리해야 우호 관계를 이어갈 수 있죠. 대학들도 이제는 베트남에 직접 진출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한베콘텐츠협회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법률 상담, 다문화가정 자녀 후원, 베트남 유소년 축구 지원, K-팝 커버댄스 경연 개최 등의 사업도 벌이고 있다.

9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회 베트남 문화축제에서 응우옌부뚜 주한 베트남 대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한베콘텐츠협회 제공]

전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문화 콘텐츠의 개념을 창안하고 가장 먼저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에 주목한 인물로 꼽힌다. 1998년 3∼11월 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전국 10개 지역을 돌며 '정보 문화운동 캠페인'을 벌인 데 이어 1999년 6월 이공계 교수들과 함께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를 창립했다.

1999년 1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콘텐츠 비즈니스 성공전략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가 하면 전국 대학을 순회하며 문화 콘텐츠의 이론과 실제를 강의했다. 2009년 '문화콘텐츠전략기획론'을 펴냈고 2015년 대한민국 신창조인상을 받았다. 한류 전문가인 그가 베트남과의 교류에 매달리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와 국교를 다시 맺은 1992년 이후 베트남은 한류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유교 문화, 분단과 전쟁의 역사 등 공통점도 많죠. 그러다 보니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거나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이 생겨난 겁니다."

여기에 박차를 가한 것은 2016년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었다. 중국에서 철수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이나 매장을 옮기다 보니 베트남 취업 희망자가 늘어나 교육 한류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 회장의 분석이다. 여기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선전과 BTS(방탄소년단) 열풍까지 기름을 부어 요즘 한류의 인기는 수교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전충헌 한베콘텐츠협회장이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을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 틈을 타서 돈만 벌겠다고 생각하면 오래 갈 수 없죠. 진정성을 갖고 대함으로써 베트남인의 마음을 얻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해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베트남은 잠재력이 대단히 큰 나라입니다. 평균 연령이 30세밖에 되지 않고 연평균 성장률이 6%를 넘습니다. 한국과 여러 분야에서 윈윈(win-win)할 수 있죠. 더구나 한국어를 잘하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베트남처럼 우리와 언어 소통이 잘되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전 회장은 25∼26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우리에게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의 인구가 9억 명에 이르러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세안을 우리의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서도 '사돈의 나라'이자 동남아 투자·교역 대상국 1위인 베트남과 먼저 신뢰 관계를 다져야 합니다. 이를 발판으로 나머지 나라들과 교류 협력에 나선다면 훨씬 효과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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