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 "한러 관계 낙관"
[인터뷰]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 "한러 관계 낙관"
  • 이희용
  • 승인 2019.12.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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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30년 맞아 '코리아 콩그레스'…"공공외교로 전환점 마련해야"
"19세기 말 열강 다투던 한반도 정세와 흡사…'이익 균형'이 관건"

 

[인터뷰]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 "한러 관계 낙관"

수교 30년 맞아 '코리아 콩그레스'…"공공외교로 전환점 마련해야"

"19세기 말 열강 다투던 한반도 정세와 흡사…'이익 균형'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이 27일 서울 광화문 국제코리아재단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조선이 아라사(俄羅斯·러시아)와 통상조약을 체결했던 1884년과 한국이 소련과 수교한 1990년의 한반도 주변 정세를 비교하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조선에 지배력을 행사하던 청나라(중국)와 한국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은 견제와 균형을 위해 수교를 승인하죠.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익을 위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죠"

2020년은 한국과 소련이 수교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여러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코리아재단은 내년 8월 14일부터 29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 '한러 수교 30년, 광복 75주년 코리아 콩그레스'란 이름으로 ▲ 제21회 세계코리아포럼 ▲ 한러 평화문화제 ▲ 시베리아 횡단 오디세이를 개최한다.

코리아 콩그레스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창주(73)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은 27일 서울 광화문 국제코리아재단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소 수교 3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코리아 콩그레스 개최 계획을 설명했다.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오른쪽)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맨 왼쪽)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대표회장과 10월 16일 모스크바 과학아카데미에서 세계코리아포럼 세부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국제코리아재단 제공]

 

러시아 과학아카데미(RAS)·상트페트르부르크국립대와 공동 개최하는 세계코리아포럼은 내년 8월 24∼28일 모스크바 등지에서 '동아시아 평화 공존 신질서와 유라시아 시대'란 주제 아래 진행된다. 아나톨리 토르크노프 모스크바국제관계대 총장과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조직위원장(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공동대회장을 맡는다.

"국제 민간 네트워크를 동원해 30주년을 맞는 한러 관계에 전환점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러시아의 오피니언 리더 200여 명을 포함해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 등의 정치인, 학자, 기업인, 문화예술인, 고려인 등 500여 명이 모여 한러 관계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국제코리아재단은 2000년 뉴욕을 시작으로 히로시마, 베이징, 베를린, 시드니, 알마티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해마다 세계코리아포럼을 개최해왔다. 특히 2005년 뉴욕 유엔본부와 2010년 브뤼셀 유럽연합(EU) 의사당에서 포럼을 연 것은 우리나라 민간단체가 이뤄낸 공공외교의 쾌거로 꼽힌다. 2021년 제22회 포럼 개최지를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정했다.

 

이부영 세계코리아포럼 공동대회장(왼쪽 두 번째)과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가운데) 등이 10월 1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코리아 콩그레스' 개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베리아 횡단 오디세이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는 9,900㎞의 대장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의 독립운동 유적을 답사하고 크라스키노와 바이칼호에서는 각각 광복절 기념식과 평화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국제코리아재단은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인 201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까지 6천500㎞ 죽음의 유배길을 더듬어보는 '극동 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7차례 시베리아 횡단열차 답사 행사를 마련했다.

"며칠씩 비좁은 열차 칸에 앉아서 이동하는 게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선조의 숨결을 느끼고 광활한 대지를 온몸으로 체험한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답사를 한 사람마다 추억을 오랫동안 공유하기 위해 기수별 모임을 이어가고 있죠. 이번에는 탑승 인원을 열차 한 량에 맞도록 35명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8월 24일 모스크바에서 마련될 평화문화제에는 한러 양국의 문화예술인과 고려인 예술가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했던 과학문화축전을 예산 문제 등으로 취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소 수교 30주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충남 부여 출신의 이창주 의장은 독일 뮌스터대에서 소련 정치사를 공부하고 모스크바국립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국립대 주임교수와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석좌교수,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와 코네티컷주립대 연구교수 등을 지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석좌교수로 대학원생들에게 국제관계외교론을 강의하고 있다.

"1990년 미국 뉴욕에 북방연구소를 설립해 소련 고려인과 중국 조선족을 연구하다 보니 재외동포마저 남북으로 갈라져 반목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더군요. 소련이 무너지던 이듬해 한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예술단원 50명을 미국으로 초청했죠. 비자를 받아내느라 미국 외무성을 5번이나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무대와 객석 모두 눈물바다가 됐죠. 나를 한민족 네트워크에 몸 바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김일평 코네티컷주립대 교수, 이광규 서울대 교수와 함께 1999년 국제한민족재단(국제코리아재단 전신)을 창립하고 2003년 비영리 사회단체로 등록했다. 미국 한인 단체로는 처음이었다. 2000년에는 6·15 남북정상회담에 맞춰 제1회 세계한민족포럼(세계코리아포럼으로 개칭)을 열었다.

이 의장은 변변한 도움 없이도 30년간 '광야의 대장정'을 펼치며 디아스포라 연구와 한민족 국제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를 누비고 독립국가연합(CIS) 곳곳에서 고려인을 만났다. 블라디보스토크만 해도 100차례 방문했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으나 아쉬움도 있다. 독립운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연해주 항일투쟁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번듯한 기념물마저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선생 고택을 국가보훈처와 재외동포재단 등의 도움으로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가 일찌감치 매입해놓고도 러시아 당국의 비협조로 올해 3월에야 문을 열었습니다. 2016년에는 법륜 스님 등과 함께 신한촌에 기념관을 세우고 공원을 꾸미려고 신한촌역사회복재건위원회를 결성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 있는 기념물도 모두 국내와 재외동포 민간단체가 나서서 만든 것이죠. 하바롭스크와 이르쿠츠크의 한인사회당·고려공산당 유적은 이념의 그늘에 묻혀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이창주 국제코리아재단 상임의장은 "한러 관계는 미국-러시아 관계에 큰 영향을 받지만 양국 간 갈등 요인이 적으므로 균형 외교, 실리 외교를 펼치면 생산적 협력을 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소련과 수교한 19세기 말과 20세기 말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 양상이 매우 흡사하다"면서 "한 세기가 지나도 국제사회에서 유지되고 있는 원칙은 '이익의 균형'"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국의 실권자 이홍장과 독일 출신의 조선 왕실 외교고문 묄렌도르프는 일본이 조선으로 세력을 뻗치자 조선에 미국과 러시아 등 서구 열강과 수호조약을 하라고 권유합니다. 열강의 세력 균형 속에 독립을 유지하려 한 조선은 일본 침략이 노골화하자 러시아로 기울었다가 러일전쟁 결과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죠. 한소 수교는 미국과 소련의 데탕트(긴장완화), 미국 내의 군비 삭감 압력, 소련과 북한의 갈등, 한국과 소련의 경협 요구 등이 맞아떨어져 된 겁니다."

이 의장은 "수교 이후 30년간 한국과 러시아가 보완적 동반자와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거쳐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협력·갈등·정체·복원의 4중주 사이클을 거듭해왔다"고 평가했다. 한러 외교가 남북 분단과 한미 동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러 관계는 어떨까. 남북 분단과 한미 동맹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무작정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좋아지기만 기다려야 할까? 이 의장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한국이 균형 외교, 실용 외교를 펼친다면 한러 관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일본·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우리와 영토 분쟁, 민족 갈등, 역사적 불신, 일방주의 등으로 인한 갈등이 없어 공통의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생산적 협력을 해나갈 수 있죠. 경제구조도 상호보완적이고 지정학적 연계성을 갖고 있습니다. 민간이 앞장서서 공공외교를 펼치고 경제협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코리아재단도 일익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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