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무스 UNHCR 한국대표 "예멘인 도운 제주도민께 감사"
[인터뷰] 레무스 UNHCR 한국대표 "예멘인 도운 제주도민께 감사"
  • 이희용
  • 승인 2019.06.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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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구호는 국제사회의 책무…수용 여부는 논쟁 대상 아니다"
세계 난민의 날 맞아 20일 코엑스서 친선대사 정우성 북 토크쇼

[인터뷰] 레무스 UNHCR 한국대표 "예멘인 도운 제주도민께 감사"

"난민 구호는 국제사회의 책무…수용 여부는 논쟁 대상 아니다"

세계 난민의 날 맞아 20일 코엑스서 친선대사 정우성 북 토크쇼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프랑크 군터 레무스 대표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해 4월과 5월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했을 때 제주도민을 포함한 한국인들은 이들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놀라고 겁을 먹는 건 당연했죠. 한국 정부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이들이 누군지, 왜 한국을 찾아왔는지 알게 되면서 태도가 달라졌죠. 이들을 도운 사람은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예멘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제주도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세계 난민의 날을 사흘 앞둔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의 사무실에서 만난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의 프랑크 군터 레무스(62) 대표권한대행은 "예멘인들의 입국이 인도주의적 위기로 번질지도 모르는 사태를 제주도민들이 막아냈다"며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독일 태생으로 지난해 9월 7일부터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를 이끌고 있는 그는 "난민 문제는 특정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여러 나라가 함께 힘을 합쳐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랑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이 5월 29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제7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 한국에 예멘인이 대거 입국해 난민 신청을 냈다는 소식은 어디서 들었는가.

▲ 그때 나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유럽안보협력기구와 유엔대표부의 유엔난민기구 연락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었다. 내 업무가 아니었지만 당연히 관심을 품었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테러 등 범죄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 같다.

▲ 그런 생각은 이들을 잘 몰랐을 때 번져 나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자 그런 우려는 줄어들었다. 지금도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지만 명확한 건 난민 구호가 국제적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하고 1993년부터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의 수용 여부는 더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 논쟁이 비화하며 유엔난민기구에 비난이 쏟아졌고 친선대사 정우성 씨에게도 악성 댓글이 빗발쳤다.

▲ 우리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배우 정우성 씨는 고통이 훨씬 컸을 텐데 확고한 신념을 잃지 않았다. 정 씨는 2014년 명예사절을 거쳐 2015년부터 친선대사를 맡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그의 헌신적인 노력에 매우 만족하며 경의를 표한다. 이 같은 논쟁을 계기로 한국도 난민에 관심을 두게 돼 본격적인 담론이 시작됐다. 나도 지난달 제주포럼에 초청받아 발표했다.

프랑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왼쪽)이 5월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무실에서 열린 '정우성 친선대사 방글라데시 필드 미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 예멘인 난민 신청자 484명 가운데 2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되고 412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한국 정부의 심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무엇보다 이들이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 일부는 이의신청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

▲ 우리는 직접 지원은 하지 않고 개별 사안에도 개입하지 않는다. 이들을 돕는 공익법무법인과 시민단체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도 자주 만나 협조를 당부한다. 시일이 걸리겠지만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체류 자격을 인정받은 예멘인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 지난 주말에도 지방에서 예멘인 인도적 체류허가자 가족을 만났다. 제주를 떠나 본토에서 일자리를 얻어 생활하며 모국의 가족에도 송금하고 있다고 한다. 차츰 한국에 적응하며 사회의 일원이 돼가고 있다. 한국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난민촌은 없으나 지금처럼 각 지역에서 한국인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더 낫다. 가장 기억나는 사례는 제주에 사는 하민경 씨가 예멘인들을 돕다가 이들을 위한 할랄 식당을 차리고 그가 고용한 인도적 체류허가자 요리사 모하메드 아민 알마마리 씨와 지난 4월 결혼한 것이다. 이런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지면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 난민으로 인한 갈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훨씬 오래전부터 현안으로 떠올랐고 난민 수용의 모범국가라는 독일마저 반난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유엔난민기구의 2017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난민 보호 대상자가 7천143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2천만 명가량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해마다 수백만 명씩 보호 대상자가 늘어난다. 한 나라가 국경을 폐쇄하면 난민이 다른 나라로 몰려갈 수밖에 없으므로 국제사회가 함께 원인 규명과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런 노력의 대표적 사례가 2000년 발족한 유엔 글로벌 콤팩트다. 유엔난민기구는 오는 12월 제네바 본부에서 글로벌 포럼을 개최해 아이디어를 공유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프랑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무실의 유엔난민기구 심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엔이 오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정한 까닭은 무엇인가.

▲ 6월 20일은 1969년 아프리카통일기구(OAU)가 맺은 난민협약이 1974년 발효된 날이다. 유엔은 2000년 총회 특별결의안을 채택해 이날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정하고 세계 난민협약 50주년을 맞는 2001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난민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관심과 협력을 촉구하자는 취지다.

--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행사가 열리는가.

▲ 지난 15일 서울극장에서 '당신이 들려요'(I Hear You)란 주제로 제5회 난민영화제를 열었다. 난민도 초대받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20일 오후 2시에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정우성 친선대사의 북 토크쇼를 마련한다. 정 씨가 세계 각지의 난민촌을 돌아본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집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펴낸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 사인회도 개최한다.

--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 1950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창립한 유엔난민기구는 전 세계 130개국에서 직원 1만9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대표부는 2001년 일본 도쿄 지역사무소 산하 연락사무소로 문을 열었다가 2008년 7월 승격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2천500여만 달러(300억여 원)를 기탁했고 민간 후원금도 4천400여만 달러(526억여 원)에 이른다. 기업이나 단체보다 개인의 정기후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후원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예전에 난민을 많이 배출한 한국이 난민 돕기에 큰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프랑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권한대행이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난민의 날 제정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유엔난민기구에 몸담은 계기는 무엇인가.

▲ 포츠담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는데 1993년부터 유엔자원봉사단 유엔난민기구 타지키스탄 현장에 파견됐다. 그곳에서 국제기구가 절망적인 사람의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한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유엔난민기구가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진로를 바꿨다. 1995년부터 25년째 일하며 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했다.

--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었는가.

▲ 한국대표부에 부임하기 전에는 동아시아에 온 적도 없었다. 한국을 알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 언어를 모르는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건 힘든 도전이지만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고 한국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다. 한국은 전통과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다. 한국인들은 할 수 없는 건 없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5G 등의 IT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다음 달 정식으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가 부임하면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그 이후 내가 어디에서 근무할지는 나도 모른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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