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주 10년차 英기자 "맹목적 K-사랑 보단 날선 비판 필요"
한국거주 10년차 英기자 "맹목적 K-사랑 보단 날선 비판 필요"
  • 이상서
  • 승인 2021.01.24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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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칼럼 완결한 라파엘 라시드 "다양한 韓 모습 보여주고파"

한국거주 10년차 英기자 "맹목적 K-사랑 보단 날선 비판 필요"

최근 인기 칼럼 완결한 라파엘 라시드 "다양한 韓 모습 보여주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는 이유와 사회적 약자에 냉정한 한국 사회, 특정 피부색에 관대한 사람들, 퇴근 4분 전에 업무 지시하는 회사…"

외국인에게 한국 소식을 전하는 '코리아 익스포제'의 공동 설립자이자,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라파엘 라시드(35) 씨가 그동안 자신의 트위터와 연재 칼럼 등에 남긴 주제다.

올해로 한국살이 10년 차를 맞은 라시드 씨는 우리 사회에 직설적인 비판을 던지는 외국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코리아 익스포제'의 공동설립자이자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라파엘 라시드(35) 씨. [본인 제공]

최근 국내 한 잡지에 연재하던 칼럼 '라파엘의 한국살이' 50회를 완결한 그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정과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합리적인 비판도 가능하다"며 "한국에는 '국뽕'(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로, 국수주의와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 단어)도 존재하지만 외국인 시각에서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줄곧 영국에서 살던 그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2006년이었다. 배낭여행지에서 모국과 상반된 매력을 느꼈다. 당시 요크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귀국 후 소아스 런던대 한국일본학과로 편입했다.

2011년 고려대 한국학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다시 한국 땅을 찾았고, 졸업 전에 한 홍보회사에 취직해 3년일했다.

삶의 터전이 된 한국은 관광지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여기서도 수많은 장단점이 혼재했다.

그는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K-팝을 칭찬하고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는 외국인이 많았지만 그게 한국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4년 다양한 한국 소식을 이방인에게 가감 없이 알리고 싶어 '코리아 엑스포제'(Korea Expose)라는 미디어 스타트업을 창간했다.

"한국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야근이 직장인의 당연한 의무라고 여기는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수당을 요구하는 건 금물이고, 상사와 논쟁이나 토론하면 안 되는 통념도 납득하기 힘들었죠."

그는 "성 소수자나 장애인, 이방인 등 한국의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히 크다"며 "이 같은 그늘을 바깥에 전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독설'이 꾸준히 쌓이자 날 선 반응도 늘었다. '왜 안 좋은 면만 보여주냐'는 것이다.

"알아요. 그런데 '아이 돈 케어'(I don't care·신경 쓰지 않는다). 악플도 괜찮고 반대 의견도 존중해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건강한 사회잖아요. 밝은 면을 부각한 뉴스는 이미 많아요."

다만 어디까지나 한 구성원으로서 애정에 기반한 비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 출신 외국인은 더 많은 특권을 갖고 한국에서 살아간다"며 "나 역시 그런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쪽이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난 특정 정권을 비판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며 "중립적인 위치에 선 이들도 있다는 점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코리아 익스포제'의 공동설립자이자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라파엘 라시드(35) 씨. [본인 제공]

10년을 살면서 느낀 장점은 없냐고 물었다.

"고향은 전통에 큰 가치를 두고 고수하는 점은 좋지만 변화가 없어요. 반면 한국은 역동적이죠. 하루하루가 드라마 에피소드 같아요. 매일 빅이슈가 터지니까 지루할 틈이 없어요."

"영국은 살기 좋지 않냐"고 묻자 "막상 가보면 인터넷도 느리고 기다릴 일도 많아서 답답하다. 어딜 가든 장단점은 있는 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10년 동안 한국은 많은 성장을 이뤘으나 더 각박해졌고 화난 사람도 많아진 거 같다"며 "대기업을 다니면서 넉넉한 급여를 받는 이도 행복하지 않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부당한 일을 겪은 피해자는 침묵을 택했지만 지금은 저항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권리를 알고 용감하게 행동하는 움직임이 늘었다"고 평했다.

이제까지 썼던 글을 모은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힌 그는 "앞으로도 차별금지법 등 불편하게 느낄만 한 소재를 많이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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