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명절 라마단 앞둔 국내 무슬림, 행사 진행 여부 '고심'
최대명절 라마단 앞둔 국내 무슬림, 행사 진행 여부 '고심'
  • 이상서
  • 승인 2021.04.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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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명절 라마단 앞둔 국내 무슬림, 행사 진행 여부 '고심'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행사를 열기 힘들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있으니까 지켜보면 어떨까 하고…."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다른 수도권 이슬람성원과 마찬가지로 금요합동예배와 의무예배의 참석 인원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성원 관계자는 "평소라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라마단 준비로 떠들썩했을 것"이라며 "행여나 행사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도 안 되지만, 최대 명절을 그냥 건너뛰기도 힘든 노릇이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산한 모습의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라마단 기간을 일주일여 앞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될 라마단과 라마단 종료 직후 열릴 이슬람권 최대명절인 '르바란'(이둘 피트리)을 앞둔 국내 무슬림 단체가 진행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라마단 기간을 맞이한 무슬림은 금식하면서 집에 이웃을 초대하거나 성원을 찾아 기도와 쿠란(이슬람 경전) 읽기에 힘쓴다. 라마단이 끝나고 통상 열흘 정도 진행되는 이둘 피트리에는 성원에 모여 기쁨과 감사를 나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행사 진행 여부를 놓고 숙고하는 분위기다.

한국 이슬람교 총본산이자 전국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관계자는 "일단 라마단 기간 집에서 많은 신도가 모여 기도를 올리는 일은 자제해달라 권유할 것"이라며 "다만 이둘 피트리까지는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보고 나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 A 씨는 "보통 라마단 기간의 절반이 지났을 때 소중한 이들을 초대하거나 성원에서 함께 식사하는데 올해는 힘들 듯 싶다"며 "그래도 한국의 설 만큼이나 의미가 크고 매년 기다려 온 이둘 피트리마저 취소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지난 직후인 지난해 5월에 진행됐던 이둘 피트리는 참석인원을 최소화한 채 일부 성원에서 열렸고, 두 달 후 열린 이슬람권의 또 다른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는 성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치러진 바 있다.

서울중앙성원에서 만난 한국인 무슬림 B(60대) 씨는 "다른 이슬람 국가도 관련 행사를 축소하거나 속속 취소한다고 들었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모스크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표시
(카라치 EPA=연합뉴스) 파키스탄 카라치의 모스크 직원이 지난해 4월 23일(현지시간)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맞아 바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표시를 하고 있다. ucham1789@yna.co.kr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는 "앞서 시 방역 담당자와 서울중앙성원을 찾아 라마단 기간에 방역지침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고, 이후 점검도 나설 방침"이라며 "이둘 피트리와 관련해 성원 측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예년처럼 진행하긴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은 "19억 명의 지구촌 무슬림이 참여하는 이둘 피트리는 1천400년 넘게 이어진 축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며 "코로나19 탓에 중단 논의가 이뤄진 것만 자체로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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