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다자녀 맘의 행복조언…"나를 바꿔야 소통할 수 있어"
다문화 다자녀 맘의 행복조언…"나를 바꿔야 소통할 수 있어"
  • 오수진
  • 승인 2021.05.1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 부모상 최고상 전은희씨 "문제 숨기지 말고 여러 도움 받아야"

다문화 다자녀 맘의 행복조언…"나를 바꿔야 소통할 수 있어"

좋은 부모상 최고상 전은희씨 "문제 숨기지 말고 여러 도움 받아야"

2021년 좋은 부모상 시상식
(서울=연합뉴스) 지난 13일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주최로 열린 2021년 좋은 부모상 시상식에 참석한 대상(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자 전은희(오른쪽)의 모습. 2021.5.14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외국인 남편과 아이 넷을 데리고 살다 보니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소통이다' 싶었어요. 소통하려면 문제를 숨기지 말고 도움을 받아야 해요. 내가 바뀌어야 소통할 수 있어요."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가건모)이 지난 13일 주최한 좋은 부모상에서 대상(여성가족부장관상)을 받은 전은희(52)씨에게 행복한 가정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나이지리아인 남편을 만나 낳은 2남 2녀를 키우는 '슈퍼맘' 전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혼과 양육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만나 지난 1999년 나이지리아에서 결혼해 2000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전씨 부부는 신혼 초반 '이렇게 계속 싸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부부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다문화 가정 자녀가 겪는 정체성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전씨는 "남편에게 '당신 이것밖에 못 하냐.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삶이 아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가출도 했다. 아이들 앞에서 부부 싸움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또 "둘째는 학교에서 총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외향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아이인데 '사람들이 나를 흑형, 니그로라고 부른다'며 의기소침해하기도 했다"며 "너는 튼튼하고 멋진 아이라고 위로했기만 쉽게 치유되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좋은 부모상 대상 수상자 전은희 씨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주최로 지난 13일 열린 2021년 좋은 부모상 시상식에 참석한 대상(여성가족부장관상) 수상자 전은희씨. 2021.5.14

쾌활한 성격인 전씨는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정공법'을 선택했다.

2012년부터 용산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꾸준히 부부 상담을 받았고 아이들이 여러 이유로 힘들어할 때마다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결 방안을 찾았다.

그는 "한국말이 서툰 남편도 함께 부부 상담에 참여한 뒤 정말 좋은 교육이라고 인정하더라"며 "나 자신도 변한 내 모습을 보며 이건 필요하구나 싶었고 자녀를 잘 키우려면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에 있어 전씨의 첫 번째 원칙은 '자립'이다.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집안일은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게 그와 남편의 생각이다.

전씨는 "아이들을 모시고 살 수는 없다. 가르쳐야 할 부분은 잘 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첫째가 10살이 되자 남편이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켰고 이제 네 명 모두가 순번을 정해 청소, 빨래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니 저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는 도대체 집에서 뭐 해'라고 말할 정도"라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전씨는 자신과 비슷한 환경인 다문화 가정에 경험에서 나온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온전한 다문화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게 가슴 아파요. 이혼하거나 자녀들이 버림받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고요. 어떤 사람을 만나던 내가 변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단점밖에 보이지 않아요. 나를 고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도 부딪힐 테니까요."

sujin5@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