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현지 청년 "죽음보다 민주주의 되찾지 못할까 두렵다"
미얀마 현지 청년 "죽음보다 민주주의 되찾지 못할까 두렵다"
  • 양태삼
  • 승인 2021.06.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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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현지 청년 "죽음보다 민주주의 되찾지 못할까 두렵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체포될까 봐, 죽을까 봐 겁이 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가장 겁이 납니다. 그게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입니다."

9일 늦은 저녁 서울 구로구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원장 임현묵·아태교육원)의 온라인 화상 교육 프로그램 스피커에서는 비장한 내용의 발언이 마치 남의 일을 말하 듯 담담한 어조로 흘러나왔다.

인터뷰 중인 미얀마 청년들 화면 캡처.
일부는 얼굴 노출을 꺼려 카메라를 끄고 음성만 연결했다. 상단 중앙은 아태 교육원 이지홍 실장 [재배포 및 DB 금지]

아태교육원의 '세계시민 청년리더십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청년 남성 3명과 여성 2명 등 모두 5명과 연합뉴스가 1시간 남짓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청년은 시위 참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 신상 정보나 신원을 짐작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모두 제외했고 꼭 필요한 경우 짐작할 수 없도록 모호하게 표현했다.

현재 상황을 묻자 "몸은 멀쩡하지만, 마음은 혼란스럽고, 황폐해진 상태다. 이러면 내가 괜찮은 것인지, 아닌지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답이 나왔는가 하면 "현재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뉴스와 인터넷을 통제해 해외 뉴스를 볼 수도, 해외로 뉴스를 내보낼 수도 없다고 전했다.

"생필품이 부족해지기 시작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구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은행도 문을 닫았고 상점도 겉만 멀쩡할 뿐 제대로 운영되는 지 알기 어렵습니다. 대학은 진작에 문을 닫았고요."

특히 한국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이번 민주화 시위가 성공하면 미얀마가 한국처럼 될 것이고, 시위 실패 시 군부 정권이 이어져 북한처럼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퍼져 있다고 그들은 전했다.

"고립된 상황이라 외부의 도움을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걸 잘 압니다. 그렇더라도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지지와 군부에 대한 항의 시위, 연대 선언과 지지 성명 등이 눈물겹게 고맙고 든든한 힘이 됩니다. 그런데 다른 여러 나라는 어떻게 조용히 침묵하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영어로 말한 뒤 갑자기 모두 한국어로 입을 모아 "감사합니다. 한국인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다섯 살, 일곱 살 아이가 뛰어가자 9살 아이의 등에 총격을 할 정도로 잔혹하게 진압했다"며 "다섯 명 이상 모이면 언제든, 어디서든 가리지 않고 총격을 가한다"고 전했다.

또 "시위대를 고립시키려는 듯 시위자들에게 음식이나 생수, 금품을 전해주는 사람도 추적해 체포한다"면서 "의약품이 모자라 자칫 콜레라로 전염병이 확산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걸린 미얀마 시위 지지 포스터
초등생들의 포스터를 보고 미얀마 청년들이 감격했다고 아태교육원 이지홍 교육실장이 전했다. [아태교육원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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