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 무한한 동남아…존중 바탕돼야 진정한 교류 가능"
"성장 가능성 무한한 동남아…존중 바탕돼야 진정한 교류 가능"
  • 이상서
  • 승인 2021.07.24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남아 전문가'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인터뷰

"성장 가능성 무한한 동남아…존중 바탕돼야 진정한 교류 가능"

'동남아 전문가'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아직도 동남아시아라고 하면 우리보다 가난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큰 것 같아요.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배울 점을 찾는다면 진정한 교류가 이뤄질 거라 봅니다."

20년 넘게 동남아 연구를 해온 문화지리학자인 김이재(50)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동남아 국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동남아 무역 시장의 매력과 성장 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하며 화제를 모은 김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제 한국이 동남아 시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본인 제공]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사는 외국인 198만여 명 가운데 동남아 10개국 출신은 53만여 명으로 27%에 이른다. 특히 베트남과 태국은 각 20만9천여 명, 17만4천여 명으로 중국에 이어 많다.

지난해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액도 전년 동기대비 0.8% 증가한 485억 달러(약 55조6천억 원)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 규모다.

김 교수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늘고, 한국에 사는 이들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상태"라며 "이런 변화 속도와 비교해 우리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를 향한 편견은 결국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먼저 제도권 교육에서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최근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지 등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초·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다룬 동남아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세계사나 지리 등 과목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아니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웃 나라 위주로 대부분의 내용이 구성됐다는 의미다.

 

한국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동남아 홀대 현상과 원인 분석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지 제공]

 

"여전히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백인 중심으로 설정이 되죠. 간혹 출연하는 동남아 출신에게는 동정 어린 시각이 보내는 게 사실이고요.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편견이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우리에게 동남아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평균 연령이 20∼30대로 젊은 데다 출산율이 높고, 잘 보존된 자연환경, 가까운 위치 등 많은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계 중심 사회 분위기 덕에 협력과 공존을 중시하는 기조도 경쟁을 미덕으로 여겨 온 우리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본인 제공]

 

그는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이 동남아 시장에 힘을 쏟는 이유"라며 "동남아 산업 현장을 가보면 '앞으로 더 잘 살 것'이라는 믿음이 퍼졌던 1980년대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 교수가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수출 업무를 맡았던 1997년 당시 찾은 베트남 하노이에는 묵을 만한 호텔이 한두 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20여 년 만에 삼성과 LG를 비롯해 수백 곳의 세계 주요 IT(정보통신) 기업 공장이 들어서며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그는 "최근 베트남을 중심으로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의 이미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문화 차이와 무지로 인해 시민 사회나 산업 현장에서 종종 마찰도 생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결돼야 지속가능한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