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귀화제도 10년] ② '포용인식 바뀌고, 문턱 낮춰야'…해외인재 영입 방안은
[특별귀화제도 10년] ② '포용인식 바뀌고, 문턱 낮춰야'…해외인재 영입 방안은
  • 이상서
  • 승인 2021.08.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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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귀화제도 10년] ② '포용인식 바뀌고, 문턱 낮춰야'…해외인재 영입 방안은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잘하면 한국인, 못하면 외국인."

지난해 은퇴한 미국 출신의 귀화 운동선수 A 씨는 17일 연합뉴스에 "현역 시절 나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적이 잘 나올 때는 문제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팀 안팎에서 내국인보다 더 큰 지적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던 탓이다.

그는 "나도 엄연한 한국인인데 종종 이방인으로 여기는 시선을 볼 때면 더 서운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우수인재 제도로 영입된 외국인이 전체 귀화자의 0.1% 수준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회적인 인식은 물론, 제도적으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원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국가일수록 사람이 재산이자 성장 원동력일 수밖에 없다"며 "해외 인재 영입은 더는 미룰 수 없지만, 발목을 잡는 것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곽 원장은 "복수국적자라고 해도 엄연히 우리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라며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개발도상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선별적인 포용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이 허벅지 통증을 느껴 기권하자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응원창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중국 출신의 귀화 탁구 선수 전지희도 혼합복식과 개인 단식, 여자 단체 등에서 입상에 실패하자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곽 원장은 "만약에 백인이었다고 해도 저렇게 비난했을까 싶다"며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이방인을 포용하는 사회적인 환경이 선결돼야 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우수인재로 영입된 귀화자들이 한국에 오랫동안 정착하지 못하고 모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원장은 "귀화자들이 한국에 살기 불편함이 없다면 따로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오래 머물지 않겠냐"며 "결국 법과 제도 개선에 앞서 사회 구성원을 아우르는 분위기와 제반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수인재 특별귀화자에 국적 부여
지난 4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0번째 우수인재 국적취득 기념 대한민국 우수인재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LG CNS에서 근무하는 토프락 웨이스(45·터키)씨와 가족에게 국적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늘리는 동시에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학회지 '현대정치연구'에 실린 '독일의 외국인 우수인재 유치 제도와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해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학자·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고급인력' 정책과 일손 부족이 우려되는 '제조·생산 분야'에 숙련 인력을 유입시키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독일 싱크탱크 베르텔스만재단이 펴낸 이민정책제안서를 인용해 ▲ 인재가 부족한 분야의 수요를 정확히 집계하고 ▲ 이 같은 현실을 국민에게 알려 해외 영입의 필요성에 폭넓은 공감대를 만들며 ▲ 우수한 이주 인력과 그의 가족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이 인재 유치에 우호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대외홍보에 나서야 한다"며 "20년 넘게 노력을 기울여 근래에 비로소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독일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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