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 사회의 애환 그려낸 소설 두 편
재일 교포 사회의 애환 그려낸 소설 두 편
  • 이승우
  • 승인 2021.09.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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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후카자와 '바다를 안고 달에…'

재일 교포 사회의 애환 그려낸 소설 두 편

이용덕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후카자와 '바다를 안고 달에…'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일본에서도, 고국 혹은 부모의 나라인 한국에서도 편견과 삐딱한 시선에 시달리는 존재. 다양한 배경과 사연을 지닌 소수자들.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지만, 일본에 삶의 터전을 꾸린 그들, 재일 교포를 떠올릴 때 드는 단상이다.

이런 재일 교포의 삶과 실상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 두 편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하나는 교포가 썼고, 다른 하나는 작가이면서 재일 교포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인의 작품이다.

 

 

 

시월이일 출판사가 펴낸 동포 3세 이용덕의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혐오'의 문제를 다뤘다. 제42회 노마문예신인상 수상작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에서 여성 '혐한' 총리가 탄생하고 재일 한국인들은 사냥의 대상이 된다. 외국인은 생활보호 지급 대상에서 빠지고 헤이트 스피치, 증오 범죄 등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런 절망적 현실에 젊은이 여섯 명이 분노와 슬픔을 느끼며 일어선다.

이용덕은 '혐오'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재일 교포 청년으로서 일본 내 '혐한 정서'를 접하며 느낀 두려움과 좌절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특정 국가나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편향된 이야기가 아니어서 인류 보편적이면서 문학적인 가치를 담보한다. 일본인의 '혐한', 한국인의 '혐일' 같은 극우민족주의 정서는 물론 한 나라 안에서도 편 가르기로 혐오의 정서를 악용하는 정치적 극단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대상에 상관없이 '혐오'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는 의미다.

이용덕은 "재일 한국인이 너무 미워서 차별하고 싶어 하는 일본인도 있었지만, 전력을 다해 그에 맞선 일본 분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카자와 우시오의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는 일본 안에서 이뤄지는 재일 교포에 대한 사회적 차별 문제를 한국의 현대사 속 남북 갈등과 한국 민주화 운동에 얽힌 인물들의 삶을 통해 조명한 장편소설이다.

아르띠잔 출판사에서 김민정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작가는 그의 부친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한다. 부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정치적 활동에도 관여한 일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고 부친과 주변인들을 취재하면서 이 소설을 완성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1년 전인 미군정 시절 대구에서 좌익이 일으킨 소요로 좌우가 충돌한 사건에 관여했던 세 청년이 일본으로 밀항해 한국 이름 두 개와 일본 이름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야 했던 혼란과 격동의 시대를 묘사한다.

일본인으로 위장한 만큼 파친코 가게 운영을 생업으로 삼아야 했던 그들은 반 박정희 세력으로 활동하며 당시 야당 정치인이었던 김대중이 일본에 거주할 때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하지만 김대중이 군부 정권에 의해 납치되면서 그들도 위험에 처한다. 고국으로 갈 날을 꿈꾸며 살았던 그들은 양국 모두에서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작가는 이들의 자녀들이 이들의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의 액자소설 형태로 서사를 구성함으로써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재일 교포들의 애환을 생생히 조명한다.

후카자와는 작가의 말에서 "재일 코리안은 구세대와 신세대, 민단계와 조총련계, 일제 치하에서 징용되어 일본으로 온 사람과 해방 후 민주화를 믿고 나라를 떠난 사람들 등 제각기 조국에 대한 감정과 의지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재일 코리안에 대한 편견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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