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자 돕는 우즈벡 통역인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난민신청자 돕는 우즈벡 통역인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 이상서
  • 승인 2021.09.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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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자 돕는 우즈벡 통역인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난민을 포함한 이방인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분명 과거와 비교해 매우 너그러워졌어요. 그러나 여전히 경계하고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인식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주바이도바 롤라(51) 씨는 2010년 우즈베키스탄인으로는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난민 자격을 취득했다.

 

우즈벡 출신 주바이도바 롤라 프리랜서 난민 통역인
우즈벡 출신 프리랜서 난민 통역인 주바이도바 롤라 씨(오른쪽)가 딸과 함께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 [본인 제공]

 

기독교인인 그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한국에 정착한 뒤로 줄곧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서 온 난민 신청자의 통역을 맡아왔다.

롤라 씨는 10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연우홀에서 열린 '2021 연합뉴스 다문화포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난민 이슈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부정적인 면 대신 긍정적이고 좋은 소식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1994∼2020년 카자흐스탄 출신 난민 신청자는 7천145명으로 신청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2위는 6천878명을 기록한 러시아다.

이들의 입과 귀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롤라 씨다.

난민법이 시행되기 1년 전인 2012년부터 프리랜서 난민 통역인으로 서울과 경기도 지역 법원이나 출입국외국인청 등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1∼2차 심사에서 탈락해 소송을 낸 난민 신청자를 위해 서울행정법원으로 출근한다. 이제까지 그가 만난 난민 신청자만 5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난민 신청자가 본격적으로 밀려온 시기인 2016∼2017년에는 1천 건이 넘는 통역을 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시 신청자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그의 발걸음은 다시 분주해졌다.

10년째 난민 신청자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한국의 심사제도도 많은 변화와 진화를 거듭했다"고 짚었다.

초반만 하더라도 심사 과정도 정교하지 못하고 심사관을 위한 교육도 부족했으나 난민 신청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국적 취득 과정과는 달리 난민 심사는 신청자의 증언에 전적으로 기대야 하기에 인내심을 갖고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심사관이 각국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문화적인 특징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6년 10월 인천계양경찰서로부터 난민 신청자 통역 등을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은 주바이도바 롤라 씨. [본인 제공]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난민 인식은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선입견이 존재한다고 롤라 씨는 생각한다.

그는 "난민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로 바라봐주면 좋겠다"며 "나처럼 대부분이 법을 준수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려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 신청자는 심사 결과까지 2∼3년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이 기간에 일할 기회라도 주면 어떨까 싶다"며 "막연한 동정심을 갖고 돕고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살길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변리사 자격증 취득 시험 준비에 한창인 그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외국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며 "동시에 귀화 공부도 열심히 해 한국 국적도 얻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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