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문의 시조" 충북 외국인 창성창본 올해만 173건
매년 250건 안팎 꾸준…결혼이민자 상당수 귀화 후 신청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마라토너 오주한(吳走韓).
케냐 출신의 그는 2018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그러면서 '에루페 윌슨 로야네'라는 이름 대신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의 오주한으로 이름을 바꾸고, '청양 오씨'의 시조(始祖)가 됐다.
미국 출신 농구선수 라건아(羅健兒) 역시 한국 국적을 얻은 뒤 새로운 가문의 시조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용인 라씨' 성을 가진 첫 한국인이다.
이처럼 새로운 성씨와 본관을 만드는 것을 창성창본(創姓創本)이라고 하며, 법원의 허가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최근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충북에서 해마다 250건 안팎의 '새로운 가문'이 생겨나고 있다.
20일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청주지법(충주·제천·영동지원 포함)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창성창본은 모두 173건에 이른다.
연간 통계를 봐도 2016년 230건, 2017년 245건, 2018년 275건, 2019년 260건, 지난해 278건으로 매년 230∼270건을 상회한다.
올해 6월 기준 도내 등록외국인은 3만5천710명(남 2만2천36명, 여 1만3천674명)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이지만, 이 가운데 다문화가족으로 분류되는 결혼이민자도 4천644명이 포함돼 있다.
같은 달 기준 결혼이민자는 2019년 4천323명, 지난해 4천56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적 취득 전인 결혼이민자들은 귀화가 이뤄지면 생활의 편리함이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창성창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성과 본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창성창본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국인은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경우에만 창성창본이 가능하다.
반면 외국인은 귀화 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때 자신이 원하는 성과 본을 적어 넣기만 하면 특별히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새로운 성씨의 '시조'가 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와 국제결혼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국적 취득자와 함께 창성창본 사례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eonc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