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이주민이란 평생 함께할 동료…공존 방법 배워야"
"10대에게 이주민이란 평생 함께할 동료…공존 방법 배워야"
  • 이상서
  • 승인 2021.10.29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 펴낸 이란주 작가
"이주 배경 청소년에게 한국은 모국…혐오와 차별 아닌, 공존과 화합 배워야"

"10대에게 이주민이란 평생 함께할 동료…공존 방법 배워야"

'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 펴낸 이란주 작가

"이주 배경 청소년에게 한국은 모국…혐오와 차별 아닌, 공존과 화합 배워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기성세대와는 달리 우리 청소년은 평생을 이주민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세대잖아요.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 외국인의 존재 의의와 이들의 인권 문제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를 펴낸 이란주(53) 작가는 이같이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작가는 2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 청소년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 펴낸 이란주 작가. [본인 제공]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작성한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14만7천378명으로, 2013년(5만5천780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초중고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0.9%에서 2.8%로 불어났다.

이 작가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이 한데 모인 모습은 요즘 초등학교 학급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며 "이미 이주민이나 다문화라는 개념이 일상 속에 자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일찌감치 이주민에 익숙해지는 환경에 놓인 덕분에 문화적 수용성은 어른보다 낫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는 것이 이 작가의 생각이다.

2004년 '아시아인권문화연대'를 설립해 꾸준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의 공존 방안을 주제로 워크숍을 이어온 그는 "차별의 정의를 오해하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가진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일자리와 관련해 그릇된 정보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가령 이주노동자가 늘면서 내국인의 실업률이 높아졌다고요. 미래의 내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이 크다는 방증이겠죠."

이 작가는 "내외국인이 종사하는 분야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서로 피해를 보지 않을뿐더러 이런 오해로 외국인 혐오가 불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며 "동시에 이주민 역시 언젠가는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을 희화화해서 다룬 예능 프로그램 탓에 차별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 등을 통해 스스로 고민하는 기회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출판사 서해문집 제공]

이 작가는 학생들이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을 품게 된 데는 일부 대중매체와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선족과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묘사한 영화가 유행처럼 개봉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라며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이를 접하면서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어업과 산업현장 등에서 이주노동자의 기여도가 높아지는 상황임에도 정작 이들을 향한 편견과 혐오는 짙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성세대도 함께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타향살이란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제까지 우리 민족이 어떠한 사연을 품고 지구촌 곳곳에 정착했고, 이주 과정에서 겪은 설움과 차별, 노력 등은 무엇인지 공들여 설명한 이유다.

그는 "현재 교실 안에 있는 이주 배경 청소년은 한국을 모국으로 알고, 우리 문화에 익숙한 이민 2∼3세대가 대부분"이라며 "아이들이 혐오와 차별이 아닌, 공존과 화합 속에서 살아가도록 어른들이 도와야 하지 않겠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여전히 사회적 약자층에 머무는 이주민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이들이 자립해 우리 사회에 목소리를 낼 때까지 힘껏 돕겠다"고 다짐했다.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