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아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정신, 독일도 우리도 필요"
"차별 아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정신, 독일도 우리도 필요"
  • 양태삼
  • 승인 2021.11.07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독 간호사 출신 김상임 이주여성인권센터 이사
"저출산 고령화 겪는 한국, 다른 나라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상황 놓여"

"차별 아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정신, 독일도 우리도 필요"

파독 간호사 출신 김상임 이주여성인권센터 이사

"저출산 고령화 겪는 한국, 다른 나라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상황 놓여"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독일에서 차별과 응원, 지원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독일에서 배운 포용 정신을 이곳에서 베푸는 것은 의무이자 제 양심에 따른 행동입니다."

1970년대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김상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허오영숙·이하 센터) 이사는 센터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7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센터 설립을 주도한 한국염 전 대표와 독일에서 만난 인연을 계기로 2001년 센터 설립 전부터 이주여성을 돕기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70년 당시 동서로 갈린 독일의 서베를린에서 간호사로 7년간 일한 후 함부르크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5년 독일 생활을 마치고 1995년 귀국했다.

센터 직원과 촬영한 김상임 이사(오른쪽)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캡처[재배포 및 DB 금지]

"독일이라고 차별이 없진 않죠. 길거리에서 눈이 찢어졌다고 조롱당하거나, 애들이 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독 정부가 유럽 이외 아시아 출신을 더 받지 않겠다고 한 것도 제도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이사는 "직장에서도 성격이 비뚤어진 동료를 만나면 고달파졌다"며 "자신들만 모임을 하고, 저를 초대하지 않는 따돌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응원과 지원, 시민단체의 제도적인 연대, 성숙한 시민정신 등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에서 차별과 옹호를 동시에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임신한 상태에서 함부르크의 한 서점에 들어간 남편을 애와 함께 밖에서 기다리던 중 남루한 행색의 할머니가 다가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애를 둘까지 기를 참이냐. 당장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변을 당했다.

그는 "뭐라고 따져도 말이 통할 것 같지 않고, 그대로 있자니 억울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어느 한 중년 부인이 나서서 당당하게 '저 사람은 합법적으로 일하며 세금을 냈고, 그 세금으로 당신이 연금을 받는다', '계속 소리 지르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하며 저를 감싸줬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극우주의자도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과 기본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임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우를 한국에서 겪었다. 버스 안에서 건장한 외국인 청년 3명을 향해 어느 할아버지가 '돈 많이 벌었어? 이제 돌아가야지?'라며 소리치는 걸 보고 함부르크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라 당시 부인처럼 나서려던 참에 그만 청년들이 하차했다.

그는 "몰상식하고 반인간적인 행위나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아니다'고 말하며 대변해주는 사람들이 있던 독일이 생각났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해 부끄러웠다"며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정신이 독일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센터 설립 당시 한국 상황이 독일과 유사했고, 주목받지 못한 채 힘들고 어렵게 사는 결혼 이주 여성을 보고 독일서 일한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이것은 도와야 할 일이고, 나는 독일에서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끝으로 "저출산 고령화를 겪는 우리나라는 다른 민족,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다문화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배타적이고 편협한 부분이 많은 만큼,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앞으로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sy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