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아들 둔 100살 뉴질랜드 한인, 아들 만나러 시민권 신청
北에 아들 둔 100살 뉴질랜드 한인, 아들 만나러 시민권 신청
  • 왕길환
  • 승인 2021.11.16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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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명 옹 "칠순이 지났을 태종·태성 찾는 데 도움 될까 해서"
현지 한인방송 '해피 월드TV' 조명…'무궁화 할아버지'로 불려

北에 아들 둔 100살 뉴질랜드 한인, 아들 만나러 시민권 신청

김인명 옹 "칠순이 지났을 태종·태성 찾는 데 도움 될까 해서"

현지 한인방송 '해피 월드TV' 조명…'무궁화 할아버지'로 불려

뉴질랜드 100세 할아버지 김인명 옹
[해피월드TV 캡처]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922년 4월 16일 황해도 황주군에서 태어난 김인명 할아버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사법국에서 근무하다 한국전쟁으로 월남한 뒤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한 그는 남쪽에서 만난 부인과 뉴질랜드에 이민했다.

한국 나이 100살의 나이에도 컴퓨터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재봉틀을 이용해 바느질하며 직접 운전을 한다. 그는 최근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뉴질랜드 시민권을 신청했다.

현지 한인방송 '해피월드TV'는 김 옹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무궁화 할아버지'(www.youtube.com/watch?v=38hO9hr9F3Q&list=UUyLoMB9_ZRWW8UNcYjq0LFw)를 제작해 현지시간 14일 송출했다.

김 옹은 방송에서 "북한에 두고 온 두 아들 태종과 태성을 만나 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70년이 지나도 아들의 이름이 또렷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1951년 전쟁 통에 6사단과 함께 북진하며 가족을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이후 '곧 오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고 지금까지 가족을 남겨두고 온 그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는 늦게나마 뉴질랜드에서라도 자식들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현지 내무부에 시민권을 신청했다. "가장 큰 소원은 70살이 훌쩍 넘었을 두 아들을 만나보고, 아니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서다.

"생전에 내가 잘 못 처리하고, 잘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고. 용서는 고사하고 너희들이 잘살아주는 것이 나를 용서하는 것이니…. 아무쪼록 어려운 세상에서나마 지혜롭게 잘살아다오. 그런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김 옹은 "좀 더 바란다면, 하루속히 남북통일은 되지 않더라도 남북이 왕래하고 소식이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그런 큰 틀이 잡혔으면 더는 바랄 게 없다"고 소망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들들이 강하게 잘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의 시민권 신청은 곧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김 옹도 이왕 신청했으니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질랜드 시민권 신청 사연을 밝히는 김인명 할아버지
[해피월드TV 캡처]

뉴질랜드 한인사회에도 김 옹의 처지와 같은 실향민 1세와 2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김 옹은 이들과 북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과거에 대해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북한의 평양냉면과 남한의 떡갈비를 나눠 먹으면서 통일을 희망할 정도로 절절하고 애틋하다.

김인명 할아버지가 100세까지 사는 비결을 알려준다
[해피월드TV 캡처]

김 옹은 행여나 두 아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한다.

그는 유아기 운동이 성장과 발달이고, 중년은 증진과 단련, 노인은 지연과 교정이라고 갈파한다. 늙는 것을 정지시키고,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노년의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감사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40여 분간 운동한다. 지난 40여 년 간 꾸준히 했고, 그것이 100세 건강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머리와 얼굴 마사지, 손을 비벼 열이 나게 한 뒤 그 따뜻한 손으로 눈과 코 등 얼굴을 문지르고, 혀를 힘껏 내밀고, 주먹을 쥐었다가 힘껏 펴고, 다리 굽혀펴기, 몸 비틀기, 두 다리를 들어 허공에서 자전거를 타기, 손과 발 흔들기를 한 뒤 일어나 앉아서 목 운동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젊었을때 김인명 할아버지모습
[해피월드TV 캡처]

그는 뉴질랜드에 토종 무궁화를 널리 보급하는 일에도 매진한다. 한인들은 그를 '무궁화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김 옹은 많은 한국인이 함께 보고 사랑하며 한인 2세들에게도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지게 하고 싶어서 뒤뜰에 여러 종류의 무궁화를 심었다.

무궁화 관련 책자도 수집한 뒤 후손들에게 관련 정보를 들려준다. 8월 8일이 '무궁화의 날'이라는 것도 알려줬다. 또 무궁화 심기 자원봉사 학생들에게 무궁화의 뜻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유인물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한다.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 주변에 무궁화나무 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징물이 있는 데는 꼭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재 시티 카운슬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살아서 묘비를 새기고 있는 김인명 할아버지
[해피월드TV 캡처]

그는 직접 자신의 묘비를 만들고 있다. 그곳에 태극기와 대한민국 지도를 새기는 작업을 한다. 또 자신이 돌아갈 집도 오클랜드 메모리얼 파크 공원묘지에 마련했다.

2018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곁으로 간다. 무궁화나무 밑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취하고 싶어 무덤에 무궁화나무를 심었다.

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지정한 나무 외에 다른 나무를 심을 수가 없도록 규정했지만, 김 옹의 설득으로 묘지 주변에 특별히 무궁화나무를 심게 했다. 그리고는 '무궁화길'이라는 표지판도 만들어 세웠다.

해피월드TV는 그의 무궁화 보급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오클랜드 시청과 식수 계획을 협의 중이고, 크라이스트처치의 '홀스웰 쿼리 파크'에는 이미 무궁화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돌아갈 무궁화 나무 밑 무덤에 선 김 옹. 2018년 별세한 할머니가 묻혀있다
[해피월드TV 캡처]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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