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반찬에 담긴 이주어선원 노고 생각해주길"
"생선 반찬에 담긴 이주어선원 노고 생각해주길"
  • 이상서
  • 승인 2021.11.17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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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어선원 캠페인 마무리한 '공익법센터 어필' 조진서 활동가

"생선 반찬에 담긴 이주어선원 노고 생각해주길"

이주어선원 캠페인 마무리한 '공익법센터 어필' 조진서 활동가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오늘 저녁에 곁들인 고등어구이나, 점심 메뉴로 선택한 멸치국수 등 우리는 수산물을 참 많이 먹잖아요. 이것을 밥상에 올리는 데 노력했던 이들이 처한 노동 환경은 어떨지 한 번씩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공익법센터 어필'은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이주어선원 인권 보호를 위해 진행한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을 최근 마무리했다.

캠페인은 이주어선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리고, 개선을 요청하는 시민 6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해양수산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주어선원 인권 보호 캠페인을 진행한 공익법센터 어필 조진서 활동가. [본인 제공]

캠페인을 기획하고 전담한 '공익법센터 어필'의 조진서(27) 활동가는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외국인 어선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쉽게, 친숙하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어필'이 이주어선원 13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원양어선에 답했다.

20t 이상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의 평균 근로 시간은 15시간이었으며, 절반은 하루 20시간 넘게 일했다.

조 씨가 캠페인을 시작해야겠다고 맘먹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참치김밥, 어묵, 멸치국수, 생선구이 등 다양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이주노동자 덕분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어업을 둘러싼 제도가 복잡하기도 하고, 다른 산업 분야보다 눈에 띄지 않는 직종이기도 하잖아요. 반면에 한국의 수산물 소비량은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축에 속하거든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어요."

복잡하고 생소한 문제인 만큼, 캠페인은 쉽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국내 초·중·고등학교를 돌면서 강연을 하기도 하고, 대학생 서포터즈를 구성하는 등 현장과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도 병행했다.

조 씨는 "역설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이주어선원의 입국이 줄면서 이들의 존재감이 드러났다"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그들에게 의존해왔는지 알 수 있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이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이주어선원 인권 보호를 위해 진행한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 [공익법센터 어필 제공]

이처럼 이주어선원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노동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고 조 씨는 안타까워했다.

그는 "뱃일을 하면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커피믹스 10잔을 한꺼번에 마시면서 버틴다고 한 이주어선원도 있었다"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대변하고 도와줄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미국 뉴욕주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조 씨는 이방인이 낯선 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했다고 한다. 피부색과 문화,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은 그에게 다양한 어려움을 가져왔다.

조 씨는 "이주민을 보호할 제도가 마련된다면 이들이 맞닥뜨리는 장벽은 좀 더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당시 경험 덕분에 지금 이 일을 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내달 캠페인에 올라온 청원 글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그는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울려 사는 풍경이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게 사실"이라며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꾸준한 교류를 이어간다면 따뜻한 사회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주어선원 인권 보호 캠페인을 진행한 공익법센터 어필 조진서 활동가. [본인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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