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 "교육 한류 확산에 앞장서겠다"
[인터뷰]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 "교육 한류 확산에 앞장서겠다"
  • 이희용
  • 승인 2019.07.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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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능력시험도 글로벌 어학시험 수준으로 높여야"
"유학생 꾸준히 늘지만 여전히 유학 수지는 적자"

[인터뷰]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 "교육 한류 확산에 앞장서겠다"

"한국어능력시험도 글로벌 어학시험 수준으로 높여야"

"유학생 꾸준히 늘지만 여전히 유학 수지는 적자"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집무실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제공]

(성남=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유학생 유치는 경제 유발 효과가 클 뿐 아니라 각국의 지한파·친한파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국의 인재 유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터디 코리아 2023 프로젝트'에 따라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응시생 규모 증가에 맞춰 말하기 평가 도입과 인터넷 기반 시험(IBT) 전환 등을 준비하고 있다.

1977년 재외동포 교육기관(서울대 재외국민교육원)으로 출발했다가 1992년 국제교육협력기관으로 탈바꿈한 교육부 직속기관 국립국제교육원은 유학생 유치 지원, TOPIK 운영, 교육 공적개발원조(ODA), 재외동포 교육과 외국어 교육 지원 등을 담당하는 '교육 한류'의 본산이다.

지난 5월 31일 제18대 수장으로 부임한 김영곤(51) 원장을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집무실에서 만나 세계 유학 시장의 추세와 함께 한국어 교육 발전과 글로벌 인재 양성 전략을 물어보았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정책분석가, 교육부 국제협력관·대학지원관·직업교육정책관, 순천대 사무국장 등을 지낸 김 원장은 "국립국제교육원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글로벌 인재들을 발굴·양성하는 마중물이자 교육 분야 국제교류 협력의 중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남=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취임 두 달을 맞은 김영곤 원장은 "국립국제교육원이 글로벌 인재를 발굴·양성하는 마중물이자 교육 국제교류의 중추 기관으로 발전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 취임 두 달이 지났다.

▲ 옆에서 볼 때와 달리 직접 와서 보니 역할이 매우 크고 업무도 많아 어깨가 무겁다. 그래도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생겨 함께 호흡을 맞춰가면 '국제교육 교류를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미션을 구체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 TOPIK이 1997년 처음 실시된 지 20여 년 만에 응시 인원이 120배 이상 늘었다고 들었다.

▲ 우리나라의 국력 상승과 한류의 확산에 힘입어 매년 15%씩 응시자가 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신남방 국가와 우즈베키스탄 등 신북방 국가에서 취업이나 유학 등의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응시 인원은 32만9천224명인데, 아직 영어 TOEFL(3천500만 명)과 TOEIC(700만 명)은 물론 일본어 JLPT(1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 글로벌 어학시험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은 모두 읽기·듣기·쓰기와 함께 말하기 평가를 한다.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에는 말하기 평가가 없다 보니 TOPIK 점수가 좋은데도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가 생긴다. 말하기 평가 도입을 위해 지난 6월 모의시험을 치렀다. 문제지를 인쇄해 각국에 보내는 것도 낡은 방식이어서 하루빨리 인터넷 기반 시험으로 바꾸고 문제은행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 늘어나는 응시 수요에 맞출 수 있다.

-- 외국인 유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 2016년 1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 6월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17만여 명을 헤아린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유학생은 22만 명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 여전히 유학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대학들과 함께 해외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유학박람회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전 세계 유학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 지난해 세계 유학 시장 규모는 600만여 명인데 미국(19%), 영국·독일·중국(각 10%), 프랑스·호주·캐나다(각 7%), 러시아(6%) 순이다. 일본은 4%를 넘고 한국은 2% 정도다.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6월 21일 정부 초청 장학사업(GKS) 동문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제공]

-- 정부 초청 장학사업(GKS)은 성과가 어떤가.

▲ 1967년부터 지금까지 156개국 9천700여 명을 지원했다. 2013년부터는 해마다 800명 넘게 선발하는데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학위 과정을 마친 GKS 동문은 5천300여 명에 이른다. 각국에서 장관, 교수, 언론인 등으로 활약하고 있고 500명가량은 한국에 자리를 잡았다. TV를 통해 친숙해진 가나의 샘 오취리, 미국의 타일러 라쉬,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 등도 GKS 동문이다.

-- 대학들이 마구잡이로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 부실과 불법체류자 양산 등의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 교육부는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통해 불법 체류율이나 중도탈락률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를 통해 우수 사례집을 제작해 배포하고 유학생 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한국인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 우리나라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초중고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제주의 영어교육센터에서 학생과 교사를 교육하고 있다. 또 한중·한일 교육 교류와 한미 대학생 연수도 실시한다. 2016년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아랍어, 베트남어 등의 인재 양성을 돕고 있다.

-- 이달에는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 워크숍에 이어 재외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와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국내외 한국어 교육자들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

▲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이나 재외동포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 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한국어 교사와 교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호소를 많이 해왔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 며칠 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학술대회에 참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

▲ 주말의 개인 생활을 포기한 채 동포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헌신과 봉사에 감명받았다. 이번 37회 대회의 주제는 '세계시민 육성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다. 시대 변화와 세대교체에 따른 동포사회의 고민과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동포 자녀들은 한국인 정체성은 엷어질지 몰라도 모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력 신장 덕분이다. 국립국제교육원도 여기에 부응해 교재를 제작할 생각이다.

김영곤 원장은 "국립국제교육원 비전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국제교육협력 대표기관'으로 바꿨다"면서 "공공기관도 고객 타깃을 분명히 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국제교육원 제공]

-- 2년의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 국립국제교육원의 비전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국제교육협력 대표기관'으로 바꿨다. 공공기관도 기업처럼 고객(수요자) 타깃을 분명히 해야 성과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직원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살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 공직 생활을 해오는 동안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무엇인가.

▲ 2015년 세계교육포럼 준비단장을 맡아 106개국 대표들의 '인천 선언'을 끌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각국 대표들은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이라는 목표를 2030년까지 이루기로 약속했다. 교육부 진로직업교육과장과 직업교육정책관 시절 마이스터고를 만들고 정착시킨 것도 뿌듯하게 생각한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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