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19.11.18]다문화 배우자
[다문화 배우자] ② "사랑 만큼 아내나라 문화 배우기 중요해요"
일본인 아내와 결혼 10주년 앞두고 있는 박준수 씨
2019. 11. 18 by 류일형

[다문화 배우자] ② "사랑 만큼 아내나라 문화 배우기 중요해요"

일본인 아내와 결혼 10주년 앞두고 있는 박준수 씨

 

(서울=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다문화가정에서 바람직한 배우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 부인의 모국어인 일본어를 비롯한 일본문화를 공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10년째 맞는 박준수-요시지마씨 부부와 세남매
[박준수씨 제공]

 

동갑내기 일본인 아내 요시지마 유코 씨와 어느덧 결혼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박준수(42·무역업·서울 강동구 암사동)씨는 18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바람직한 다문화가정 배우자의 역할'을 묻자 이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결혼한 후부터 바로 아내 나라의 말과 문화 배우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평소 아내로부터 일본어 듣기·말하기를 열심히 배워 일본어능력시험 1급에 도전해 불합격되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일본어회화를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자녀 세 남매도 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집에서 한국어 뿐만 아니라 아내나라 말도 사용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모든 가족이 함께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보기도 한다.

박 씨는 "일본 처갓집에서 큰 딸인 아내의 빈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거의 매일 장인·장모·처제와 화상통화를 한다"며 "아내 가족들과 메신저 프로그램 단체 대화방도 만들어 사소한 일상생활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입맛을 맞춰주기 위해 장모에게 신용카드를 맡겨 일식 양념류와 조미료, 식자재 등을 우체국 택배로 공급받기도 한다.

박 씨가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아가씨 요시지마 씨를 만난 것은 2000년 12월.

군대에 갓 입대한 이등병 시절, 지인으로부터 그를 소개받아 편지를 주고 받으며 교제를 시작했다.

당시 일본 소카대학 인형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아내는 방학이면 한국과 중국, 인도 등으로 해외공연을 다녔는데, 우리나라에 왔다가 한국이 좋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글을 공부하고 있었다.

박 씨는 10개월 동안 편지만 주고 받다가 첫 휴가를 나와 아내와 처음 만난 후 사귀기 시작했다.

아내는 연세대 국어국문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어학원 강의도 하고 통·번역일도 하다 2010년 2월 박 씨와 결혼했다.

 

잠이 든 둘째딸 리사(1)양을 안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요시지마-박준수씨 부부
(서울=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박 씨는 "지금 생각하면 큰 딸(6), 아들(4), 둘째 딸(1) 등 세 자녀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큰 아내를 위해 경제적 사정이 좀 어려워지더라도 단호히 아내 일을 그만두게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자평한다.

그는 "아내가 한국어를 일본어로 통·번역하는 일에서 나오는 수입이 짭짤했지만,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이며, 이 순간을 아이들과 같이해주지 못하면 평생 숙제가 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사분담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를 깨야..."
(서울=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박 씨는 "다문화가정 한국인 남편이 청소·설거지·빨래·육아 등 집안일을 할 때 '아내를 도와준다'는 생각 자체를 하는 것은 깨뜨려야 할 고정관념"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아내는 언어소통과 부족한 인적 네트워크 등으로 남편들의 도움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76세인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다문화가정에서 남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들중 중요한 하나가 고부간 갈등을 해소해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고부간 갈등을 방치해두면 가정이 평화로울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와 아내에게 문화적 차이 등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이해를 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다문화센터 등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건강한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동구건강가정다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다문화가정 아버지들의 모임인 '레인보우 히어로즈'의 회장을 맡은 그는 다문화가정 남편만의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해결책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ryu625@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