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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5] 난민유입 20년
[난민유입 20년] ③ "인프라 확충…심사기구 독립성도 확보"
내달 6일 입법 예고된 난민법 개정안 두고 의견 봇물
"기존 난민 인정자 대책 마련과 실태 조사 필요" 제언도
2021. 01. 25 by 이상서

[난민유입 20년] ③ "인프라 확충…심사기구 독립성도 확보"

내달 6일 입법 예고된 난민법 개정안 두고 의견 봇물

"기존 난민 인정자 대책 마련과 실태 조사 필요"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는 와중에도 난민 유입은 꾸준히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심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관계자의 시선은 향후 난민 정책의 방향을 정할 난민법 개정안에 쏠려 있다.

 

난민 신청 (PG)
[안은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25일 법무부는 난민 재신청 절차가 체류 연장이나 취업 목적으로 남용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고, 심사 과정의 신속성을 위해 난민위원회 위원을 종전 15명에서 최대 50명까지 늘리는 난민법 개정안을 내달 6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재신청할 경우 14일 내 '난민인정 심사 부적격 결정'을 내려 난민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의신청과 행정심판도 제한된다.

신청 사유가 난민법에서 규정한 난민 정의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으면 불인정 결정을 내리고, 이의신청을 해도 2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심의·결정하기로 했다.

학계에서는 단순히 일손을 늘리고 기준을 강화하는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난민 심사 기구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비교정부학보에 실린 '미국, 호주, 한국의 난민 정책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권·이민서비스국이 1차 난민 심사를, 이민법원이 이의 신청 심사를 각각 담당한다.

호주도 내무부(DHA) 내 난민 담당 부서가 1차 난민 심사를, 행정심판위원회 이주난민과가 이의 신청자의 심사를 맡는다.

이의 신청자 중 또다시 난민 인정이 거부된 이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연방순회재판소나 연방 법원이 심사를 맡게 된다. 신속 승인 심사만을 전담하는 기관도 마련됐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전담 기구를 마련해 난민 심사의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책연구원도 '제주 예멘 사태를 통해 본 한국 난민제도의 개선점' 보고서에서 "이의신청만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난민인정 결정에 드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담당 기관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실어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일(공익법센터 어필) 난민인권 변호사는 "현재 난민위원회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고, 1·2차 심사 모두 같은 법무부 소속의 심사관이 맡는다"며 "적어도 재심만이라도 국민권익위원회처럼 국무총리 직속 기관으로 이관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난민유입대응 관련 정책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난민 인정 심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급 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현행 난민위원회는 비상설기구라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심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난민 대란을 겪은) 캐나다는 독립 기관인 이민난민위원회(IRB)가 모든 심사 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외국인 체류와 국경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처가 여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난민 심사 인프라 구축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탁건(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재신청에 제한을 둔다고 해서 신청자가 결정에 승복하고 바로 출국할지 의문"이라며 "공정한 심사 방안을 확립하고 심사관 역량을 강화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달 중으로 국내외 난민단체와 당사자 의견을 종합해 법무부에 개정안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개선 사항 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반 난민단체인 난민대책국민행동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난민 신청자 대부분은 난민법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체류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며 "이들에게 투입되는 혈세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신청 절차를 더욱 엄격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공항 체류 난민신청자들 인권침해 피해 심각'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공항 체류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권침해 피해를 알리고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6.20 utzza@yna.co.kr

 

난민 인정자가 매년 수백 명씩 쌓이고 있는 만큼 사후 대책을 마련하고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은 "현재 정식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만 3천 명이 넘는다"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탈북민과 달리 언어 소통이 힘들고 상대적으로 지원도 받지 못하는 탓에 이중고에 놓였다"고 말했다.

학술지 '공익과인권'에 실린 '대한민국 체류 난민의 취업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 인정자 9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건설현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는 절반에 육박했고, 무직자는 18.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공식적인 조사 조차 되지 않고, 통계청의 이민조사 실태에서도 난민 항목은 없다"고 지적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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