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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귀화제도 10년] ③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태극마크 선택할 것"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귀화 선수 맷 달튼 인터뷰
2021. 08. 17 by 이상서

[특별귀화제도 10년] ③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태극마크 선택할 것"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귀화 선수 맷 달튼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맷 달튼(36·안양 한라)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활약한 귀화선수 7명 중 사실상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지 않고 있는 인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내외 리그가 취소되면서 대부분 귀화 선수들의 계약이 해지됐거나, 은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골리 맷 달튼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덴마크에 있는 국가대표 전지훈련에 합류한 달튼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달 말 열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종 예선을 대비하고 있다"며 "세대교체를 앞둔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캐나다 출신으로 국내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뛰던 달튼은 2016년 법무부 특별귀화 대상자로 추천돼 한국 국적을 받았다.

그의 한국 이름인 '한라성'은 대표팀의 골문을 막는 철옹성이 돼 달라는 뜻에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지난 2020∼2021시즌 한국에서 뛰지 못했지만 캐나다에서 개인 훈련을 중심으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과 팀훈련을 병행하며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며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아들과 딸이 조금 더 크면 평창 올림픽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아빠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였고 그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단순히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귀화를 결심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귀화 제의를 받기 전부터 내가 한국 아이스하키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줄곧 고민해왔다"며 "구단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서 나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맷 달튼 마스크에 그려진 이순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창올림픽 당시 마스크에 충무공 이순신을 새겨넣은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 중 하나였다.

핀란드와 캐나다 등 세계 최강국과 경기를 앞둔 최약체 한국의 모습이 과거 왜군의 침략을 막아내던 이순신 장군이 맞닥뜨린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열세가 맞지만 이순신 장군의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고자 헬멧에 새겨 넣었다"라며 "귀화 후 한국사 공부를 제법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웃었다.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치적'이라며 사용을 불허해 올림픽에서는 지웠지만 석 달 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새겨서 출전했다"고 귀띔했다.

함께 뛰었던 귀화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것을 두고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귀화제도는 전체적으로 만족하지만 국적을 받은 후 적어도 3년 정도는 대표선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면 한다"며 "제도의 취지 중 하나가 팀 경기력을 키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귀화를 준비하거나 앞둔 이들에게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보내는 시간 동안 값진 경험을 하기를 희망하고 응원한다"며 "나에게 올림픽 출전은 단지 한순간이었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과 올림픽 이후에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 조언을 건넸다.

귀화를 결정하던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느낀 따뜻한 우정과 기억은 평생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전 운이 좋았습니다. 내 삶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좋은 팀 동료와 스태프, 팬을 만났으니까요. 얼른 한국에 돌아가 그들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고 싶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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