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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5]다문화가구원100만
[다문화가구원100만] ⑥조희금 가건모 이사장 인터뷰(끝)
"다름 전제해야 갈등 줄여…다문화가족과 일반 가족 나누는 건 무의미"
"한국 선택한 결혼이주민께 감사…다문화 아버지 교육 강화 시급"
2019. 09. 26 by 이희용

<다문화가구원100만> ⑥조희금 가건모 이사장 인터뷰

"다름 전제해야 갈등 줄여…다문화가족과 일반 가족 나누는 건 무의미"

"한국 선택한 결혼이주민께 감사…다문화 아버지 교육 강화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조희금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이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 가구원 100만 시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결혼이주여성에게 '우리나라에서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들 덕분에 우리 문화가 풍성해지고 이중언어 인재를 키울 수 있게 됐잖아요. 다문화 자녀들도 자부심을 갖고 어머니 나라 문화와 언어를 열심히 배우기 바랍니다."

24일 오후 서울역의 한 찻집에서 만난 조희금(65)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약칭 가건모) 이사장에게 다문화 가구원 100만 돌파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묻자 결혼이주여성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털어놓았다.

조 이사장은 "이제는 동화주의에서 벗어나 다원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주민 정착을 위한 맞춤형 정책은 필요하지만 가족정책의 틀 안에서 다문화를 통합 운영해야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도 높이고 역차별 논란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 발족한 가건모는 2005년 건강가정기본법 제정을 선도하고 2009년부터 해마다 가족정책 포럼을 개최하는가 하면 '좋은 부모되기 운동'을 펼치며 다문화가족 정책 대안 마련과 국민 인식 개선에 앞장서 왔다.

조 이사장은 서울대 가정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가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총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하고 지난 8월 정년퇴직해 명예교수가 됐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전신인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았고 한국가정관리학회장, 한국가족지원경영학회장, 대한가정학회장도 지냈다.

다음은 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조희금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이 5월 1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좋은 부모되기 운동 10주년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18년 통계청 조사에서 다문화 가구원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 그동안 단일민족 신화에 매몰돼 동질감과 일체감을 강요하다 보니 젠더·계층·지역 등의 차이가 차별과 갈등을 낳는 불씨가 됐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주민과 함께 살게 되면서 우리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작은 차이로 편을 가르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도 깨닫게 됐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같은 점을 발견할 때 더 쉽게 통합할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 문화가 들어와 외식 선택의 폭이 넓어졌듯이 이주민의 증가로 우리 문화가 풍성해지고 있다.

 

--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국내 체류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이 급격하게 늘었는데도 다문화 수용성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 현실 변화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본다. 지금의 경제적 문제가 이주민과 파이를 나누다가 생기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점도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주민과 가족·친척·친구·이웃 등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응답자의 다문화 수용성이 높았다. 일반 국민보다 청소년의 수용성이 높은 것도 학교에서 친구로 만나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 지원 프로그램에 일반인도 함께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 청소년도 성인이 돼 대학 진학이나 취업 과정을 거치며 이주민을 경쟁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주민이 취업하는 분야는 대부분 단순노무직으로 우리나라 젊은이가 기피하는 일자리다. 그들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생산현장이 많다. 이주민이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족을 과도하게 지원해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 그런 논란 때문에라도 다문화를 따로 떼어내 지원하는 방식을 줄여야 한다. 다문화 정책 시행 초기의 미숙함과 전시 행정의 폐해 등으로 역효과를 낸 사례도 적지 않다. 전남 영암에서 결혼이주여성에게 무화과 고추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자 일반 여성들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시·군·구마다 들어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여성가족부도 다문화가족과를 별도로 두지 말고 가족정책 안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조희금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이 "다문화가족 자녀를 이중언어 인재로 키우려면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결혼이주여성이나 중도입국 자녀 등에 대해서는 국내 정착을 위한 배려가 필요할 듯싶다.

 

▲ 여전히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맞춤형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똑같은 한국인으로 대해야 한다.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다문화'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충격받았다. 이제는 다문화가족과 일반 가족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본다.

 

-- 최근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었다.

 

▲ 내가 경북 청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던 2011년 관내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됐다. 그때 친정어머니가 갓난아기인 외손자를 베트남으로 데려가고 싶어했으나 국내법상 불가능하다고 해 함께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폭력 예방과 의사소통 방식 개선 등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가건모는 올해 사업으로 다문화가정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버지 교육, 자조 모임, 집단상담, 가족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11월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에서는 다문화가족 아버지를 주제로 포럼도 열 예정이다.

 

--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대한민국에서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들이 일생을 살 나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을 우리 문화에 동화시키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에 근거해 이들의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

 

-- 다문화 자녀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 이중 민족 정체성을 지닌 경우에는 자존감이나 삶의 질이 높다고 한다. 자부심을 갖고 어머니 나라 문화와 언어를 열심히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이들이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06년 11월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확장 이전식에서 조희금 전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장이 이기영 서울대 교수,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문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이승미 중앙건강가정센터장(오른쪽부터)과 함께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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